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두서없이 시작하는 것도 좋다. 맨날 논문 쓴답시고 첫문장에 모든걸 요약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건 원체 어려운 작업이고, 내가 고민하면서 내 블로그 글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겠지.
일단! 영화를 봤다. 보이후드. 담담하게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건, 영화라는 장르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극적인 요소가 없는 담담함은 지루함을 만들어낼 것이고 거기에 10년이나 가까이 되는 세월을 보여주려면 러닝타임도 길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의 연속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자연스런 장면전환이 어디 쉬울까?
10년의 촬영기간 만큼이나, 배우들의 노화와 성장도 자연스러웠고, 장면전환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날 정도로 자연스러운 영화였다. 그리고 호흡이 끊어지지 않는 긴 대화의 연출 덕분인지, 영화가 쓸 수 있는 러닝타임에 10년이라는 시간을 잘 압축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감독이 마치 비포선셋에서 한 컷에 연인간의 긴 논쟁을 담아 냈듯이 말이다.
여튼 영화에 대한 느낌은 이랬다.
3시간 짜리 10년을 보니 문득 내 지난 10년이 궁금해졌다.
내 인생을 곱씹어 보면,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시절동안 의외로 다른 사람들과 깊은 소통이 많지 않았었는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는 영화의 내용이 대학을 다닐 때, 대학원 초창기...... 20대의 정중앙에 일어난 일들인 것 처럼 느껴진다. 사춘기에 일어날 일들을 부모님과 다른 사람들 붙잡고 늦깎이 인생공부를 한 느낌이라고 할까. 여튼 긍정적으로 보자면, 지금의 나는 어느정도 안정되었고, 누군가를 신경 쓸 여력까지 되었으니 늦깎이 인생공부더라도 어느정도 정신과 신체가 맞추어가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새벽시간에 자지 않고, 내 싸이월드의 기록을 보았다. 지난 기록들은 사람과의 관계와 세상을 보는 방법에 대한 고찰, 알 수 없는 외로움(?)을 표출하는 징징거림으로 압축되더라. 당시의 미성숙한 가치관은 복잡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기워낸 누더기와도 같다. 지난 나는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었고, 분명 그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많은 일조를 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 때 당시에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조금만 더 길게 썼더라면 좋지 싶었다.
알 수 없는 외로움의 표출은 당시에 내가 갖고 있던 낮은 자존감이 원인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경험과 자신감을 심어준 미국생활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봉사활동 친구들,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에게 다시 고마움을 느낀다. 고맙습니다.
보이후드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대학교에서 새로운 인생의 순간을 만들어 간다. 영화에서 현재며, 나에게 있어 지나간 그 시절. 그 시절에 다이어리에 남겼던 구절은 지금도 유효하다.
과거를 추억하되 얽매이지 말며
미래를 기대하되 맹신하지 말라
현재에 충실하되 앞뒤를 살피라
그리고 다시금 과거 미래 보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