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4월 1일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여기보다 미묘하게 따뜻한 경주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벚꽃이 피었을 터이다. 그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을만큼 계절의 변화를 잘 느끼고 있었으며, 하늘도 지금보다 더 자주 쳐다보던 시절이었다. 아마 일때문에 바쁜 나날속에서도 일 이외의 것들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사람 덕분이리라. 연은 닿지 않았지만 그 사람에게 참 고맙다고 생각하는 오늘이다. 어쨌든, 나는 올해도 미묘한 계절의 변화를 확실히 느끼고 있고, 무미건조해지기 쉬운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 느낌을 잃지 않고 있다올해는 그 작년보다 심히 뭔가 빠르면서도 이상하다. 벚꽃을 유심히 보면, 아직 피지 않은 봉우리랑 지고 난 뒤에 나는 초록색 나뭇잎이 한 나무에 같이 있다. 인간으로 치자면, 어린애가 주름살을 갖고 있는 느낌이다. 만발하기도 전에 너무 따뜻해져서 꽃이 아예 피지도 않아버린건지. 뭔가 좀 많이 안타깝다.



2. 


 주말에는 결혼식에 갔다왔다. 내 친한 친구들중에 나랑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 정상적으로 하는 첫 결혼식이다. 친구들 모두 모여서 결혼식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저 많은 것들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차차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거지만, 당연히 거쳐간다고 생각한 통과의례들이 언제나 항상 노력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그럴때마다, 그 많은 것들을 이겨내고 날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해 항상 더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너무 막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더불어, 주변 사람들이 있고 같이 도와주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으니까 너무 혼자 헤쳐 나가려고 생각하면서 막막해 할 필요 없다라는 것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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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에 관한 것들

일상 2014. 3. 25. 19:00

 따뜻할지라도 아직은 반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긴 애매한 하루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시간은 2시다. 땅이 데워져 햇살은 한풀 꺾여도 제일 따뜻한 시간이다. 좋은 햇살은 느끼는 타이밍은 열한시에서 열두시 사이고, 제일 따뜻한 상태에서 야외활동을 하고 싶다면 1시에서 3시가 적당하다. 


 동틀 때와 해질녘 근방은 동해바다에서 햇살을 제일 멋지게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포항 갤럭시 호텔의 꼭대기에서 조식을 먹으면, 이 멋들어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딱히 하룻밤 자지 않아도, 아침 일찍 와서 밥먹고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고. 좀 더 외곽으로 차를 타고 나가면 바위 절벽이 있는 해안가들이 있고, 그곳에서 더 좋은 풍경을 볼 수도 있지만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야에 바닷물만 채울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을 거야.


 맥주가 제일 맛있는 시간은 아홉시 이후다. 저녁 시간 즈음에 먹는다면 애매하게 회식자리에서 병맥에 밥같이 먹는 느낌이다. 


 주말의 일기를 이제 썼다. 타이밍에 관한것이지만 글쓴 타이밍은 매우 늦어버렸다. 종잡을 수 없는게 글쓰는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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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오는 밤 -


한밤중 지친 맘을 추스리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

 

머리위로 떨어진 물방울을 쫓아 본 시선에,
달빛에 속살을 드러낸 정체가 있었다.


나는 나무에 맺힌 수정을 보았다.
봄내음 가득한 바람에 날아온 별이
나뭇가지 끝에 내려 앉아 생명을 불어넣은


봄의 시작.



음. 밤에 고른 BGM은 이정도가 좋겠다.

하지만 낮에는 요게 좋은거 같은데, 낮과 밤에 BGM이 다르게 나오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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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밖에 대한 기억은 어두침침이다. 심지어, 저녁에 내가 좋아하는 닭을 즐거운 사람들이랑 먹으면서도 창에 맺힌 빗방울이랑 어둑해진 바깥을 힐끗힐끗 바라봤었다. 케이에프씨에 엄청난 싸이즈의 핫크리스피 치킨이 만사천원밖에 하지 않는 하루. 그 치킨에 집중하면서도 왜그리 어두침침한 하루가 자꾸 신경쓰이던지. 이 지면에 조금더 솔직하다면 내일 있는 랩미팅의 준비가 덜되서겠지.


 이 대단하고 값싼 저녁을 함께한 사람들은 내 대학원 동기 몇몇이며, 나는 내 연구 외적인 생활을 대부분 그들과 함께한다. 심지어, 얼마전에 동기들끼리 같이 찍은 사진을 동기 형이 확대현상해 주었고, 이 사진을 어떻게 보관할까 고민하다가 종이액자장식에 껴서 자리에 뒀다. 연구실 책상에 아직 가족사진도 가져다 두지 않았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한 번씩 볼 때면, 옆자리에 앉은 연구실 선배가 얼마나 친하길래 사진을 걸 정도냐고 묻기도 했다. 약간 웃기는 사연을 덧붙이자면, 이 액자장식은 제일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옆집 누나가 직접 만든걸 선물받은 것이다. 여튼, 이만큼 (또는 더) 소중한 다른 사람들의 사진도 얼른 뽑아서 자리에 두어야 겠다. 


 치킨을 먹고 방에 잠깐 머물다, 잔업이 있어서 다시 연구실로 향했다. 요 항상 이 맘때 봄비가 내리면, 저녁에 걸어가면서 보는게 있다. 봄이 올 때 쯤이면 나무에 꽃이 피기전에 올라온 좁쌀만한 눈 때문에, 물방울이 수정같이 맺힌다. 확연히 겨울비가 다녀간 나뭇가지랑 사뭇다르다. 어두운 밤 지나가는 차가 전조등을 비추거나 노을지는 시간에는 진짜 나무의 수정을 보는 느낌일 때도 있다. 그리고 아직은 좀 이르지만 매년 기억을 회상해보면, 훈풍에서 느껴지는 봄냄새 비스무레한게 참 기분좋게 하는데, 얼른 맡고 싶다 흐하.


 아 맞다. 어제 쿠팡에서 산 마우스가 왔다. 원래 별생각 없었는데, 원래 12만원 가까이 하던게 5만 9천원에 배송비 무료가 붙었길래 냉큼 샀다.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도 싸게 올라온 매물이 있길래 혹했지만, 마우스로 지름욕구를 만족시켜야 겠다. 내 일의 특성상, 마우스는 기술자들에게 연장, 군인에게 총과 같은 존재다. 사실 2006년부터 한 6년간 한 마우스를 쓰다가 망가지고 나서 방치해 둔뒤로, 대충 손에 맞는 마우스를 썼었다. 확실히 새거라 그런지 좀 더 짱짱하고 아직 익숙치 않은 느낌이다. 새 것은 언제나 설레고 기분좋게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왠지 낯선 느낌이 먼저 든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비슷한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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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

일상 2014. 3. 19. 23:55

 조그마한 세미나의 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전부터 부담갖지 말고 한 번 해보라고 듣긴 했지만, 여유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무엇보다 주최하는 해당 그룹의 멤버 중의 한 명이 부담스러웠다. 이 이유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은 진짜 이유다. 사실 무엇보다 큰 건, 남들 앞에서 내가 한 일을 발표하고 칭찬 받을 때의 짜릿짜릿함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다. 누군들 안그랬겠다만, 어렸을 때 부터 칭찬 받은 걸 과하게 좋아해서 남들 앞에서 뽐내는 걸 티 많이 냈던 철없던 시절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뽐내고 싶은 내 성격을 참 오랫동안 꽁꽁 싸매서 숨겨놨다. 나를 다른 남보다 훨씬 더 가깝게 봐주었던 사람은 나의 그 본질에 대해 꿰뚫곤 했다. "너는 충분히 사회화되어 남들에게 나쁘게 보이진 않으니 본질을 고치려 들지 말라."고 다독여 주기도 했다. 하여 숨기지 않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그 능력을 보인다. 뽐낸다, 감춘다가 아니다. 그냥 능력을 보일 뿐이다. 지나친 과잉겸손도 필요 없고, 못하고 그냥 그런걸 잘한다고 치장할 필요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내 능력안에서 담담히 꾸밈없이 부르듯이, 내 일도 그렇게 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한 일과 내 발표가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발표가 될 수 있을거라 믿기에, 내 발표를 선보인다.


 남은건 좀 더 준비하고, 한만큼 담담히 평온하게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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