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솔직히 이전부터 영화나 소설 작품에 울지 않는, 눈물이 메말라 버린 인간이었다. 20년이라는 어떻게 보면 길지도 않은 삶인데다가, 그다지 문학적 감수성도 풍부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6.25 전쟁, 5.18 혁명 같은 역사의 굴레속에도 살지 않은 인간, 즉 풍랑을 견뎌 보지 않은 온실 속의 화초라고나 할까.. (절대로 귀하게 자랐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삶의 굴곡이 없었을 뿐)
하지만, 옛 격언에 "겪어보지 않은 자 어찌 알리오."라는 말이 있듯이.. 좀 특이한 작품을 이야기해볼까한다. (스포일이 있으니 아직 보시지 않은 분들은 조용히 Backspace를 누르시길..
영화를 보고 읽을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세상은 언제나 현실적이다. 세상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불꽃 같은 로맨스도 존재하지 않고, "슈렉"과 같은 개연성 없는 해피엔딩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원인과 결과라는 굴레 속에 사람들의 슬픔과 기쁨, 아픔이 얽히고 설키어 응어리 질 뿐..
이 영화는 그러한 세상의 현실성을 꿈과 같은 작화에 담은 작품이다. 한마디로 배경과 그들의 추억은 꿈과 같지만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이 영화의 감동은 시작된다. (작자 주 :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는 사람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작자도 감동이라는 단어를 적절히 다른 단어로 바꾸고 싶지만,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감동이라 전달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냥 단어를 놔둔다.)
- 첫사랑이라는 느낌의 표현 : 누군가는 한 번쯤은 겪어 봤을 아름다운 이야기
첫사랑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보통 어떻게 생각을 할까? 이 영화에서 표현한 타카키(남자 주인공 분)의 첫사랑은 말그대로 아련한 추억일까? 아니면 현실을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제거해야 할 응어리 일까...
사실 이 영화에서의 1화 "벚꽃 무리"에서는 어느 드라마, 소설, 영화에서나 표현 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벚꽃 무리의 배경으로 부터 시작하여, 아름다운 벚꽃 무리의 배경으로 끝나는 1화, "벚꽃무리"는 아름다운 첫사랑의 이야기를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첫사랑에 대한 청자들의 느낌을 표현 할 수는 없다. 왜냐, 사람들은 추억이나 해피앤딩만으로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그저 시시콜콜하고 뻔한 사랑이야기로 넘겨 버릴 것이 뻔할테니..
하지만, 3화의 "초속 5cm"에서 그러한 사랑이야기를 아련한 추억이냐, 방해가 되는데 제거해야 할 것이냐를 청자에게 결정권을 넘기면서 첫사랑이라는 느낌의 표현을 시작하게 된다. 청자는 그러한 선택의 기로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이입에 끌리 듯이 현실에서는 끌어낼 수 없는 자신의 첫사랑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나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는 첫사랑에 대한 미련 아닌 미련을 표현하고 있지만, 지나가는 그림들은 현실 세계를 보여주며 더욱더 청자들의 아쉬움과 미련을 극대화 시킨다. 이는 1화에서 보여주었던 첫사랑의 이야기가 아름답고 아련하면 아련할 수록 마지막에서 보여주는 현실이 더욱더 슬프고 아쉬운 것이다.
- 짝사랑 : 역설? 짝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사랑이다.
짝사랑,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아픈 단어이다. 짝사랑을 하는 대상이 몰라 주는 것도 상당히 아픈 일이지만, 그러한 현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 할 수 없다는 현실 자체도 상당히 슬프다. 2화 "우주비행사"는 바로 이러한 짝사랑을 나타내었다.
대사중에 이런게 있었다. "나는 ㅇㅇ를 사랑하지만, ㅇㅇ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고, 하지만 그래도 난 ㅇㅇ를 사랑 할 수 밖에 없어." 짝사랑은 온전한 사랑이 아니지만, 사람이기에, 사랑이기에 분명 냉철한 판단에 아님을 알고서도 할 수 밖에 없는게 짝사랑이라는 것..
- 숨겨진 의미들과... 첫사랑, 짝사랑, 이별 사랑의 삼박자의 감동 포인트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어 봤을 이야기,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현실적인 결말에 감동을 걸었고, 사람들은 그러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그로테스크한 일상들의 배경은 이별과 현실에 대한 표현을 극대화 시켰으며, 그러한 일상속에서 보여지는 숨겨진 사물들 하나하나의 의미는 이 영화의 감동을 더욱더 극대화 시킨다. 3화에서 비록 빠른 장면 전환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말"들도, 그들의 표정도.. 1화에서 보여주었던 편지를 전달하지 않았던 것도, 스치며 지나가는 "다이죠브(괜찮아)"라는 말도.. 다 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 원점으로 : 첫사랑.. 설레나..후에 시리게 남는다.
그 건널목에서 과연 첫사랑을 만났다면 나는 그렇게 매몰차게 지나갈 수 있겠는가? 그렇게 쉽게 첫사랑과 연락을 끊었을까? 그렇게 첫사랑을 사랑했다면 한 번 쯤은 붙잡을 용기가 없는가? 필자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러한 고민들을 했다. 자연스럽게 시리게 남은 나의 첫사랑에 대한 똑같은 잣대의 질문이 주어졌고, 이러한 질문 하나하나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시려오는 건 메말랐던 감정의 우물을 조금이라도 적신 기분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글 쓴 후에
사실 이런 글을 쓰고 나서 내 자신에 너무 실망한다. 분명 내가 받은 것은 200%인데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20% 뿐인 것 같아 상당히 서운하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을 Native하게 느끼는 방법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