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열 번째 봄이 온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공부해 온 이곳도 많이 변했으며, 내 외적인 것 뿐만 아니라, 내 내면의 많은 것들도 바뀌어 왔다. 나의 20대는 이곳에서 흘러 갔으며, 이번 봄은 내 20대 마지막의 봄이다.
내가 쓴 글귀에 이런 말이 있었다. "푸르름 속을 쏜살같이 지나간다." 이 말을 썼던 그 때, 나는 반신반의로 저 문구를 썼다.
20대의 절반 조차도 지나지 않던 때, 과연 시간은 지금보다 더 빨리 흘러갈 것인가?
결과적으로, '시간이 빨리 흘렀다.' 라고 할 순 없다. 그저, 일상속에 묻혀 흐름을 자각하지 못할 뿐이었다. 의미 있는 하루와, 없는 지루한 하루가 엉키고 설켰다. 그리고 그 기억할 수 없는 것들이 내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를 뻥튀기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하는 능력이 점점 더 감퇴 하면, 더 빨리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겠지.
지금 이 시간, 나는 일년만에 나를 돌아본다. 지난 일이년 뿐만 아니라 십년을 돌아본다. 강렬한 감정부터 떠올려 본다. 사람의 기억이란, 씨앗부터 시작된 큰 덩굴 과도 같은 것이어서, 한 번에 모든것들을 볼려고 하면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씨앗과 같이 핵심이 되는 사건을 찾고, 줄기를 쫓아 가듯이 인과를 따라가다보면, 어느덧 내 자신이 신기해 할 정도로 자세한 것들을 기억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열번째 봄 이전은, 작은 사건들이 나에게 강렬한 감정들을 주었고 내면의 많은 변화를 겪은 시기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미래의 나를 생각해 본다. 최근의 5년은 나의 거취에 있어 매우 정적이라면, 앞으로의 5년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행복도, 고난도 어디서 언제 오는지 알 수 없다. 아마, 외부로부터 큰 자극들이 많이 몰려올 것이다. 나는 그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