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비가 주륵주륵 내렸던 어제의 일기

WebPeace 2014. 3. 21. 01:55

 오늘 밖에 대한 기억은 어두침침이다. 심지어, 저녁에 내가 좋아하는 닭을 즐거운 사람들이랑 먹으면서도 창에 맺힌 빗방울이랑 어둑해진 바깥을 힐끗힐끗 바라봤었다. 케이에프씨에 엄청난 싸이즈의 핫크리스피 치킨이 만사천원밖에 하지 않는 하루. 그 치킨에 집중하면서도 왜그리 어두침침한 하루가 자꾸 신경쓰이던지. 이 지면에 조금더 솔직하다면 내일 있는 랩미팅의 준비가 덜되서겠지.


 이 대단하고 값싼 저녁을 함께한 사람들은 내 대학원 동기 몇몇이며, 나는 내 연구 외적인 생활을 대부분 그들과 함께한다. 심지어, 얼마전에 동기들끼리 같이 찍은 사진을 동기 형이 확대현상해 주었고, 이 사진을 어떻게 보관할까 고민하다가 종이액자장식에 껴서 자리에 뒀다. 연구실 책상에 아직 가족사진도 가져다 두지 않았는데... 아침에 출근해서 한 번씩 볼 때면, 옆자리에 앉은 연구실 선배가 얼마나 친하길래 사진을 걸 정도냐고 묻기도 했다. 약간 웃기는 사연을 덧붙이자면, 이 액자장식은 제일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옆집 누나가 직접 만든걸 선물받은 것이다. 여튼, 이만큼 (또는 더) 소중한 다른 사람들의 사진도 얼른 뽑아서 자리에 두어야 겠다. 


 치킨을 먹고 방에 잠깐 머물다, 잔업이 있어서 다시 연구실로 향했다. 요 항상 이 맘때 봄비가 내리면, 저녁에 걸어가면서 보는게 있다. 봄이 올 때 쯤이면 나무에 꽃이 피기전에 올라온 좁쌀만한 눈 때문에, 물방울이 수정같이 맺힌다. 확연히 겨울비가 다녀간 나뭇가지랑 사뭇다르다. 어두운 밤 지나가는 차가 전조등을 비추거나 노을지는 시간에는 진짜 나무의 수정을 보는 느낌일 때도 있다. 그리고 아직은 좀 이르지만 매년 기억을 회상해보면, 훈풍에서 느껴지는 봄냄새 비스무레한게 참 기분좋게 하는데, 얼른 맡고 싶다 흐하.


 아 맞다. 어제 쿠팡에서 산 마우스가 왔다. 원래 별생각 없었는데, 원래 12만원 가까이 하던게 5만 9천원에 배송비 무료가 붙었길래 냉큼 샀다.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도 싸게 올라온 매물이 있길래 혹했지만, 마우스로 지름욕구를 만족시켜야 겠다. 내 일의 특성상, 마우스는 기술자들에게 연장, 군인에게 총과 같은 존재다. 사실 2006년부터 한 6년간 한 마우스를 쓰다가 망가지고 나서 방치해 둔뒤로, 대충 손에 맞는 마우스를 썼었다. 확실히 새거라 그런지 좀 더 짱짱하고 아직 익숙치 않은 느낌이다. 새 것은 언제나 설레고 기분좋게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왠지 낯선 느낌이 먼저 든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비슷한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