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상

WebPeace 2014. 3. 19. 20:42

 하루 종일 먼지 낀 하루였다. 눈을 떠서 커튼을 젖혀도 동텄는지 알 수도 없을 무렵, 하늘을 보니 오늘도 기분이 꿀꿀할지 싶었다. 문득, 침대 옆 자전거를 치우고 자리에 멍하니 앉으니, 어젯밤 구내 술집에서 한잔한 기억이 떠올랐다. 한밤에 좋은 추억을 곱씹고, 좋은 미래를 꿈꾸는 것을 안주삼는 것 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은 없다. 아침의 일과 미팅도 미래지향적인 좋은 말들이 오갔다.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거 같고, 지금일을 빨리 마무리 지으면 더 앞으로 나간다는 희망적인 느낌이 차올랐다. 왠일일까? 근래에 보통 날씨랑 기분이 같이 흘러가는 느낌인데 오늘 오전은 좋은 느낌으로 흘러갔다. 


 평상시 오전과 오후엔, 감정의 흐름은 바쁜 의식 밑에 짓눌려 있다 해가 짐과 동시에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그날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뭔가 맘에 불편한 사건들이 생기거나, 중요한 일들이 다가오면, 해가 짐과 동시에 올라와 생각의 집중을 방해할 때가 많다. 그냥 둘 수 밖에 없겠지? 참을 수 없을 땐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비운다. 친한 친구와의 긴 전화 한 통, 치킨 한 마리 등이 또 다른 처방전이 될 수 있겠다.


 저녁 여섯시부터 아홉시까지는 쏜살같이 지나가기 일쑤고, 내가 제일 집중하는 골든 타임이기도 하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코드 몇 조각이 될 수도 있고, 글 몇쪼가리 등등이다. 가끔은, "내가 생산적인 사람인가?"을 고민하는 비생산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뭐 어떨까? 무엇이라도 좋다. 밤잠까지 이어서 푹 잘 수도 있다. 그냥, 내가 남한테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데 있어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마치 토요일 밤 처럼.


 다음 날까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고민을 시작한다. 지금 끝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자고 일찍 일어날 것인가? 난 이미 안다. 내일 아침에는 똑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출근해서 바로 미팅에 들어가야 될 것이다. 무거운 몸을 움직여 일을 시작한다. 일과 시간중에 했던 일들의 연속이다. 일거리를 일과시간 이후까지 가져와선 안되겠지만, 쉽사리 예정된 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어떤 날은 집중해서 배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주 드문 일이고, 보통은 예상보다 적은 일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결국 평균을 내보면, 예상되는 만큼의 일을 할 것이다.


 자 이제 잠자리에 누웠다. 보통 밤에 꿈을 꾸진 않는다. 아마 8년째 똑같은 모양의 침대와 똑같은 높이의 천장,불을 끄면 창문을 통해 비치는 똑같은 가로등 빛, 그리고 똑같은 일상은 나에게 새로운 꿈 거리를 제공하진 않나보다. 가끔, 연달아 행복한 꿈을 꾸거나 불행한 꿈을 꿀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꿈 거리가 나오면 뭔가 다른 할 말이 있겠지. 오늘의 일상은 이제 끝.